미국 임직원 고용, 한국 CEO가 가장 비싸게 틀리는 5가지 — 삼성 SRA 사건이 가르쳐주는 것
"At-will이라 자유롭다"는 환상부터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 소송에 끌려들어가는 joint employer 리스크까지. 마루 BNL 세미나 키워드를 출발점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진출 시 직관적으로 잘못 아는 다섯 가지 함정을 정리했다.
시작: “그냥 자르면 되지 않나?”
마루 슬랙에 미국 노동법 세미나 공지가 올라왔다. 연사가 한국 대형로펌에서 노동법 했다가 지금은 Barnes & Thornburg에서 미국 노동법 하는 김경한 변호사. 주제는 “한국 CEO가 미국 임직원 고용에서 잘못 아는 것들.”
행사는 못 갔지만, 이 키워드는 무시하면 비싼 종류의 키워드다. WIM도 언젠가 미국 거점을 만들 가능성이 있고, 한국 CEO가 미국 노동법을 직관으로 처리하다가 회사가 통째로 끌려가는 사례를 너무 많이 봤다.
내가 조사하면서 가장 멈춘 지점은 이 한 줄이었다.
“삼성전자 한국 본사가 미국 자회사 직원 인종차별 소송에 2025년 3월 추가 피고로 등록됐다.”
별도 법인 세웠는데도 끌려들어간다. 왜? 그 이유가 한국 CEO가 가장 잘 모르는 메커니즘이다.
1. At-will Employment의 함정
미국 49개 주(몬태나 제외)는 “at-will” 원칙이다. 고용주든 근로자든 이유 없이 언제든 종료 가능. 이걸 처음 들으면 한국 CEO 머릿속에는 “미국이 한국보다 자르기 쉽다”는 결론이 박힌다.
틀렸다. 정확히 거꾸로다.
at-will은 “이유 없이 자를 수 있다”는 뜻이지, “위법한 이유로 자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인종·성별·나이·임신·장애·신고 보복 — 이런 이유가 의심되면 EEOC(평등고용기회위원회)가 친다.
숫자로 보자.
- 2024 회계연도 EEOC 신규 접수: 88,531건 (전년 대비 +10%)
- 합의 중간값: $40,000~$100,000
- 집단소송으로 가면: 수백만 달러
- 연방법 상한 $300,000은 있지만 주법 클레임은 상한 없음
⚠️ 한국 CEO가 가장 비싸게 틀리는 지점: “미국엔 퇴직금이 없으니 관리가 쉽다.” 법정 퇴직금은 없지만, 임원 고용계약서에 무심코 들어간 severance 조항이 수십만 달러 부채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국식으로 “그냥 통보” 했다가 보복해고(retaliation)로 걸리면 EEOC 클레임의 56%가 보복 관련이다 — 단일 항목 최다.
2. 연봉제 ≠ 야근수당 면제
한국에서 “연봉제 = 야근수당 안 줘도 됨”은 거의 무의식적 등식이다. 미국에 그대로 가져가면 PAGA가 친다.
미국 FLSA(공정근로기준법)는 직원을 두 그룹으로 나눈다.
| 분류 | 조건 | 야근수당 |
|---|---|---|
| Exempt | 주 $684 이상 + 직무 요건 충족(관리·전문·행정) | 면제 |
| Non-exempt | 그 외 전부 | 주 40시간 초과분 1.5배 의무 |
문제는 한국계 회사들이 “매니저 타이틀 붙이면 exempt”라는 미신을 따른다는 점이다. 직무 요건이 안 맞으면 타이틀과 무관하게 non-exempt다. 캘리포니아는 여기에 PAGA(민간검사관법)를 얹어, 직원 1인당 1건당 위반에 $100~$200 벌금 + 집단소송으로 폭발적 증폭이 가능하다.
2024년 9월 PAGA 개혁(SB 92/AB 2288)으로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한국 스타트업 미국 캘리포니아 진출 시 가장 큰 단일 리스크다.
3. 개인사업자(1099) 남용 = 캘리포니아의 시한폭탄
스타트업 초기에 인건비를 줄이려는 본능 — “직원 말고 프리랜서로 계약하자.” 한국에서는 이게 통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AB5(2019년 시행)가 친다.
ABC 테스트라고 부르는 3가지 조건을 전부 충족해야 독립계약자로 인정받는다.
- A) 회사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운가
- B) 회사의 핵심 사업 외 업무인가
- C) 독립적으로 같은 업을 영위하는가
소프트웨어 회사가 “프리랜서 개발자”를 쓰면 B가 거의 무조건 깨진다. 회사의 핵심 업무가 소프트웨어 개발이니까. 적발되면 위반당 $5,000~$15,000 + PAGA 가산 + 소급 payroll tax + 직원 분류 재정정.
⚠️ 한국 직관과 가장 어긋나는 지점이다. “유연하게 계약 자유로 처리하자”가 캘리포니아에서는 곧장 시한폭탄이 된다.
4. Joint Employer — 가장 비싸고 가장 모르는 리스크
이게 이 글의 핵심이다. 별도 법인 세웠다고 한국 본사가 면책되지 않는다.
삼성 Research America 사건의 구조
- 2022년 12월: 전 직원 Andrew Mo가 인종차별·보복해고 소송 제기
- 핵심 주장: SRA 부사장이 이재용 부회장 방문 준비 중 “피부가 어두운 사람은 자리를 피우라” 지시 → HR 신고 → 약 1개월 뒤 해고
- 2025년 3월: 삼성전자 한국 본사 추가 피고
- 추가 근거: 한국 본사가 “Dispatcher(주재원)“를 핵심 부서마다 심어 미국 자회사를 실질 통제했다는 증거
법원이 SRA의 중재 강제 신청을 “일방적으로 불균형하여 무효”라고 기각한 것도 핵심이다. 한국식 “회사한테만 유리한 중재 조항”이 미국 법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메커니즘
미국 법원은 두 회사가 integrated enterprise / joint employer 관계인지 4요소로 본다.
- 인사 정책의 통합 운영
- 채용·해고에 대한 통제
- 노무 관리에 대한 통제
- 실질적 소유 관계
한국 본사 임원이 미국 직원 채용·해고·평가에 직접 개입하거나, 주재원을 통해 실질 지시를 내리면 — 별도 법인 설립 여부와 무관하게 본사가 공동피고가 된다.
⚠️ “자회사를 따로 세웠으니 한국 본사는 안전하다”가 가장 비싼 착각이다. 의사결정 경로 자체를 분리해두지 않으면 법인 분리는 종이 한 장이다.
5. 비경쟁 조항(Non-compete)은 끝났다
한국에서 임원 채용할 때 의례적으로 넣는 “퇴사 후 2년 비경쟁 조항”이 미국에서는 어떻게 됐을까.
- 2024년 4월: FTC가 전국 비경쟁 금지 규칙 발표
- 2024년 8월: 텍사스 연방법원이 집행 금지
- 2025년 9월: FTC가 항소 자진 취하 → 규칙 사실상 폐기
그래서 부활했나? 아니다. 주 단위에서 무력화 흐름은 계속된다.
- 캘리포니아: 수십 년째 비경쟁 계약 원천 무효
- 뉴욕: 2024년부터 강력 제한
- FTC: “사안별 공격적 집행” 선언 유지
대안은 영업비밀(DTSA, Defend Trade Secrets Act) + NDA(비밀유지) + Non-solicitation(고객·직원 유인 금지) 조합이다. “비경쟁”이라는 이름의 광범위 조항은 캘리포니아·뉴욕에서는 그냥 무효 처리된다.
한국 스타트업 미국 진출 첫 6개월 체크리스트
조사 끝에 정리한 실무 체크리스트. 우선순위 순으로 10개.
- 법인 설립 주(州) 결정 — 사업·직원 소재지가 캘리포니아·뉴욕이면 컴플라이언스 비용 별도 예산. 가능하면 텍사스·델라웨어 우선 검토.
- 직원 분류 W-2 vs 1099 사전 검토 — 캘리포니아 진출이면 변호사와 ABC 테스트 통과 여부 필수 검토.
- 고용계약서 영문·주법 준거법 명시 — 한국어 병기 시 영문 우선 조항 필수.
- HR 핸드북(Employee Handbook) 작성 — at-will 명시, 차별 금지 정책, 신고 채널, 휴게시간 정책. 없으면 소송에서 불리.
- Payroll 등록 — 직원이 거주·근무하는 각 주(州)에 별도 payroll tax 계정. EOR(Deel/Rippling/Gusto) 활용으로 위임 가능.
- 건강보험 플랜 셋업 — 50인 미만이라도 Bay Area·NYC 채용 경쟁력 위해 그룹 건강보험 사실상 필수.
- 409A 독립 감정 — 스톡옵션 부여 전 인가 평가사 필수. 미취득 시 직원·회사 모두 세금 페널티 20% + 이자.
- Joint Employer 방지 프로토콜 — 한국 본사 임원이 미국 직원 채용·해고·평가에 직접 개입하는 이메일·Slack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의사결정 경로 분리.
- 비경쟁 대신 NDA + DTSA + Non-solicitation — 주별 무효화 트렌드 반영해 조항 재설계.
- EEOC 차별 금지 교육 + 신고 채널 구축 — 뉴욕은 15인 이상 연 1회 성희롱 방지 교육 의무. 사전 정책 수립이 소송 방어력의 핵심.
메타 인사이트: “한국 직관이 가장 비싼 곳”
이 글을 쓰면서 가장 강하게 느낀 패턴이 있다. 미국 노동법 영역은 한국에서 통하던 휴리스틱이 정확히 거꾸로 작동하는 구간이 많다.
- “at-will이라 자유롭다” → 실제로는 한국보다 소송 노출 큼
- “연봉제니까 야근수당 면제” → 직무 요건 미충족이면 PAGA 직격
- “프리랜서로 계약하면 유연” → AB5가 시한폭탄
- “별도 법인 세웠으니 본사는 안전” → joint employer로 본사 끌려옴
- “비경쟁 조항으로 보호” → 캘리포니아·뉴욕에선 원천 무효
한국 직관을 그대로 미국에 가져가면 거의 모든 케이스에서 100점 만점 중 0점에 가까운 답이 나온다. 미국 진출 전에 노동법 전문 변호사 1회 진단이 가장 비용 효율 좋은 투자다 — 사후 소송 1건 방어 비용보다 1/100~1/1000 싸다.
주요 출처
- EEOC Enforcement Statistics (2024 회계연도)
- ILG Legal — Samsung Research America 소송 분석
- Korea Times — Samsung HQ 추가 피고 보도 (2025.3)
- California AB5/PAGA 위반 사례 정리 (2026)
- FTC Non-compete Rule 폐기 공식 발표 (2025.9)
- KOTRA 미국 노동법 주요 이슈 기고
- Foothold America US Salary Benchmarking 2025